닌텐도, 게임프리크가 팰월드, 포켓로그 같은 게임을 안 만드는 이유

최근 포켓로그가 매우 인기가 많습니다. 그 이전에는 팰월드가 2주만에 1,900만장을 팔면서 엄청난 흥행을 했습니다. 대작 포켓몬 팬 게임이나 매우 흡사한 게임들이 나올 때마다 왜 닌텐도와 게임프리크는 그 좋은 IP를 가지고 좋은 게임을 못 만드냐는 말이 꼭 나옵니다. 포켓몬스터가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를 추구하지 못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유사 포켓몬 게임

1996년 포켓몬스터 레드, 그린이 발매된 이후로 수 많은 유사 포켓몬 게임이 출시되었습니다. 그 중에는 순수하게 팬이 만든 게임도 있지만, 상업적 목적을 가지고 무단으로 포켓몬을 표절한 게임들도 많았습니다.

포켓몬 모에몬 버전 나인테일
포켓몬 모에몬 버전 나인테일

팬이 만든 게임에는 게임의 롬을 개조한 개조롬, RPG 만들기 시리즈를 이용해 처음부터 다시 만든 버전, 유니티, 언리얼 엔진을 이용해 각잡고 만든 게임까지 다양합니다. 내용물도 단순하게 기존 포켓몬의 도트를 귀엽게 바꾼 모에몬부터, 새로운 지역을 만든다는 컨셉을 가지고 지형, 포켓몬, 트레이너까지 전부 바꾸거나 추가한 버전도 있습니다.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 경우도 있습니다. 5세대까지의 지역을 모두 연결하고 멀티 기능을 넣은 pokeMMO 같은 경우도 있고, 포켓몬 배틀에 집중한 포켓몬 쇼다운 같은 경우도 있습니다.

포켓 트레이너 DX, Pocketown, 포켓 어드벤처 같이 포켓몬스터의 캐릭터를 그대로 쓰고 문제가 생기면 게임 이름을 바꾸는 방법으로 저작권 문제를 회피하다가 5억 위안(약 1,000억 원)의 손해 배상 소송을 당한 사례도 있습니다.

팰월드 사쿠라지마 업데이트
팰월드 사쿠라지마 업데이트

최근에 인기 있었던 유사 포켓몬 게임 팰월드는 출시 2주만에 1,900만장이 팔릴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금은 동시접속자가 많이 줄어들어 10만 정도밖에 안되지만 한 때 210만이 넘어갈 정도로 많은 사람이 플레이를 했습니다.

팬들 사이에서는 포켓몬을 표절했다 안했다로 많은 논쟁이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도 포켓몬 측에서 팰월드에 법적 대응을 하고 있지 않다는 기사를 보면 닌텐도에서 유사성이 낮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뷰어스 기사 – 팰월드 포켓몬 법적 대응 없었다

포켓로그 로고
포켓로그 로고

포켓로그는 출시한 이후로 6월 24일까지 1.1억 트래픽이 발생했습니다. 이 트래픽 수치는 한 사람이 여러번 방문한 횟수도 포함되는 것이라 UV는 상당히 줄어들겠지만, 통상 비율을 10대 1로 추산하니 1100만명 정도가 포켓로그를 플레이해 봤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로그라이크와 포켓몬을 잘 조화시켜 포켓몬 배틀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았습니다. 클래식 모드에서 라이벌 아이비, 핀, 각 체육관 관장들, 세대별 사천왕과 챔피언까지 대결하면서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스토리를 즐기고 나면 무한 모드로 사실상의 2회차 플레이를 할 수 있어 더 깊게 파고드는 사람들에게도 즐길거리가 충분히 많습니다.

포켓몬의 개발 능력

포켓몬스터는 세대를 거듭하면서 점점 포켓몬 숫자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9세대 스칼렛 바이올렛이 출시하면서 포켓몬이 1,000마리가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포켓몬 숫자가 많아지면서 8세대부터 지원하는 포켓몬을 제한하기 시작했습니다.

포켓몬은 세대가 바뀔 때마다 평균적으로 약 100여 종의 포켓몬이 추가가 되는데 개발하는데 한계가 왔는지 2019년 E3 닌텐도 다이렉트 트리하우스 인터뷰에서 하드 용량의 문제, 밸런스 문제를 이유로 들면서 일부 포켓몬만 출시한다고 선언했습니다.

포켓몬의 삭제가 3D 모델링을 실수로 삭제해서 발생했다는 의견도 있고, 신작을 내기 위해서 기본적인 관리가 필요한데 그것조차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실제 상황이 어떻든 포켓몬 삭제가 기폭제가 되어 닌텐도와 게임프리크에 대한 개발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포켓몬 외전 시리즈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포켓몬스터 메인 시리즈를 본가라고 부릅니다. 9세대까지 38개의 본가 작품을 내는 동안 외전 시리즈도 53개를 출시하였습니다. 외전 시리즈에는 퍼즐, 로그라이크, RPG, 대전격투 등 다양한 장르로 포켓몬스터 측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포켓몬 유나이트
외전 시리즈 포켓몬 유나이트

외전 시리즈 중에 성공한 게임은 포켓몬 고가 있습니다. 이 게임은 구글 플레이에서 다운로드 수가 1억이 넘어가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포켓몬 유나이트도 5,000만 다운로드, 포켓몬 셔플, 튀어올라라 잉어킹, 포켓몬 퀘스트, 포켓몬 마스터즈 EX 게임들도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습니다.

유틸리티성 게임인 포켓몬 슬립도 500만 다운로드, 포켓몬 스마일도 100만을 넘어가는 수준으로 장르에 상관없이 출시하면 매우 높은 확률로 성공을 했습니다. 포켓몬이라고 모든 것을 성공하지는 않아서 포켓몬 듀얼과 포켓몬 대격돌SP는 현재 서비스 종료를 했는데 종료 전에 어느 정도로 다운로드를 했는지는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유명한 게임인 우마무스메가 50만 다운로드, 블루아카이브가 100만 다운로드인 것을 보았을 때 현재 모바일로 서비스 중인 외전 시리즈는 적어도 실패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왜 닌텐도는 팰월드, 포켓로그 같은 게임을 안 만드는가?

포켓몬 본가는 거의 게임프리크에서 개발하지만 외전 시리즈는 다양한 업체에서 제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포켓몬 고는 나이언틱에서, 포켓몬 유나이트는 티미 스튜디오, 포켓몬 마스터즈 EX는 DeNA에서 개발해서 각각 개발한 회사가 다릅니다.

만약 팰월드, 포켓로그 같은 게임을 제작한다면 외전 시리즈로 개발을 할 것이라 닌텐도와 게임프리크가 개발 능력이 떨어지더라도 직접 개발하는 회사의 개발 능력만 좋다면 쉽게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포켓몬 팬들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지 않는 이유는 여전히 여러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들은 사소하다면 사소할 수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포켓몬스터의 타겟층

현재 포켓몬스터 IP를 즐기는 사람들은 매우 광범위합니다. 5살짜리 꼬마 아이부터 60살이 넘은 장년층까지 포켓몬을 즐기고 있습니다. 물론 20대, 30대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연령층마다, 사람마다 즐기는 형태는 조금 달라서 애니메이션으로 즐기기도 하고 비디오 게임으로 즐기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포켓몬 카드 게임으로 즐기기도 합니다. 포켓몬 빵을 사서 띠부씰을 모으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포켓몬 IP를 소비하다보니 포켓몬 컴퍼니는 이에 대응해 라이트한 게임들을 주로 출시해 오고 있습니다. 라이트한 게임은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플레이를 할 수 있는데, 팰월드나 포켓로그 같이 난이도가 높은 게임을 처음으로 접하게 된다면 부정적인 경험으로 오히려 포켓몬 IP를 유지하는데 손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리소스 배분 문제

포켓몬 컴퍼니는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규 게임도 만들고 있지만, 일본 도쿄 포켓몬 테마파크 프로젝트도 진행하는 등 자본이 많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있어서 게임 제작에만 신경을 쓸 수는 없는 입장입니다.

포켓몬IP 매출 구조
포켓몬IP 매출 구조

게임의 매출 비중도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포켓몬 IP에서 게임 매출 비중은 18.61%로 포켓몬 카드 매출 비중인 11.13% 보다 약간 높은 수준입니다. 제일 매출이 큰 곳은 포켓몬 관련 굿즈 매출로 66.33%입니다.

포켓몬 컴퍼니 입장에서는 게임에 투자를 하는 것보다 수익성이 높은 굿즈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포켓몬 카드 분야도 최근 매출이 많은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의 입지가 많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닌텐도가 팰월드, 포켓로그를 인수하면?

닌텐도가 팰월드나 포켓로그를 인수하면 바로 해당 게임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회사를 인수하기 때문에 개발력을 갖춘 인력을 충원하는 장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이유로 인수하는 것도 선택하기 쉽지 않습니다.

브랜드 이미지 관리

닌텐도는 오랫동안 라이트하고 가족 친화적인 게임을 주로 제작해왔습니다. 포켓몬스터 시리즈 또한 이런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고,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IP가 되었습니다. 다양한 연령층이 쉽게 접근하고 즐길 수 있게 설계되어 패밀리 게임 쪽에서는 확실한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팰월드는 게임이 포켓몬스터보다 훨씬 어두운 분위기로 팰들을 잡아 도축해서 고기를 얻거나 노동을 시키는 등 포켓몬의 밝고 친근한 이미지와는 상반됩니다. 심지어 총기류를 사용해 공격하기도 해서 총켓몬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포켓몬 달콤아 도감 설명
포켓몬 달콤아 도감 설명

포켓몬스터는 포켓몬과 유대감을 강조하고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세부적인 디테일을 보면 포켓몬스터도 밝기만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 자체는 밝은 분위기입니다.

포켓로그의 경우 점점 라이트해져가는 본가의 난이도에 비해서 상당히 높은 난이도로 헤비 포켓몬스터 팬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포켓몬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좋아하는 포켓몬을 주로 데려간다면 50층도 쉽지 않아서 포켓몬의 특성, 타입, 종족값 등 다양한 스탯을 따져가면서 효율을 중시하는 플레이가 아니면 게임이 힘들어집니다.

포켓로그의 높은 난이도는 포켓몬스터가 추구하는 광범위한 팬층을 타겟으로 하는 것과는 상반되게 코어 팬층을 타겟으로 하는 것이라 서로 추구하는 방향성이 다릅니다.

이러한 차이로 포켓몬 컴퍼니가 브랜드 이미지 관리하면서 포켓몬스터 IP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포켓몬스터가 20년 넘게 IP를 관리해오면서 전세계 IP 상위권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데 브랜드 이미지를 잘 보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리스크 관리 문제

팰월드를 인수한다고 하면 발생하는 리스크 문제도 있습니다. 팰월드만 인수하는 것은 불가능해서 제작사인 포켓페어를 인수해야하는데, 팰월드는 엄청난 성공을 했지만 포켓페어는 이미지가 좋은 기업이 아닙니다.

포켓페어의 대부분 작품들이 얼리억세스 단계에서 정식 출시를 하지 않았고, 각 게임마다 게임 시스템과 디자인에 대한 논란이 많습니다. 새로운 게임을 출시할 때마다 이전 작품에 대한 지원이 끊어져 스팀에서 경고를 받은 전적도 있습니다.

포켓로그 또한 리스크가 없지 않습니다. 포켓로그를 인수해서 본격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하면, 비공식이라는 이유로 하지 않았던 유저들이나 마케팅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를 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새로운 포켓몬스터 버전이 나왔을 때, 이 유저들이 신작을 플레이하지 않는 카니발리제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작권 문제

저작권 문제 또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을 가진 측에서 인수하는 건데 어떤 문제가 발생해?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포켓로그에서 6세대부터 포켓몬의 도트 이미지를 포켓로그 측이 제작한 것이 아니라 다른 팬들의 이미지를 무단 복제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만약 다른 팬들이 제작한 이미지라면, 포켓로그를 인수하더라도 일일이 이미지 사용권 허락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작자라 할지라도 2차 저작물을 신고할 수는 있지만 2차 저작물을 사용할 권리는 없어서 수백개의 포켓몬 도트를 찍은 개개인을 찾는 일만 해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제일 큰 문제는 이것이 포켓로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에 있습니다. 2016년에 닌텐도에서 저작권 위반 게임 562개를 신고해 배포 중지한 사건이 있습니다. 8년 전 내용이지만 현재에도 수많은 팬 게임들이 나오고 있고, 어떤 게임들은 거의 유사하거나 수익 창출을 하는 게임도 존재합니다.

디스이즈게임 – 닌텐도 저작권 위반 배포 중지 기사

이러한 상황에서 포켓로그를 인수하면 팬 게임이라는 명목하에 인기를 끌어서 인수해주기를 바라는 저작권 위반 게임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포켓몬스터 IP를 관리해야하는 포켓몬 컴퍼니 입장에서는 관리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라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

닌텐도와 게임프리크가 포켓몬스터 IP를 이용해 새로운 게임을 제작하지 않는 이유는 위에서 설명했듯이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포켓몬 시리즈는 오랫동안 다양한 연령층과 전세계 팬층에게 친근하고 접근성이 높은 게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포켓몬 팬으로서는 여러가지 게임을 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만, 포켓몬 컴퍼니는 사업적으로 효율이 좋은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포켓몬 시리즈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팬층을 만족시키기 위해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 포켓몬 IP가 장수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미 출시해 버린 게임들은 어쩔 수 없지만 신작에서는 다시 모든 포켓몬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